2010 AUG 28, 정릉동 스카이아파트 + 파 생파
HAPPY BIRTHDAY to 파!
영화 ‘빈집’에도 나왔고 ‘세븐데이즈’ 에도 나왔다는 스카이 아파트.
먹구름 가득한 하늘아래 그 곳은_빈집은 빈집이었다.
#1 2010년 진심이 지은 70년대 아파트
‘안전하게 놀이터를 아파트 가운데 둔 진심’ ‘자연을 생각한 진심’ 스카이 아파트는 그 카피 그대로 옮겨놓은 구조이다.
이 빈집은 지형을 따라 세워진 축대 위에 그대로 세워져있다. 가까이에는 건강하고 푸른 북한, 두 동 사이로 펼쳐진 하늘, 하늘아래 다시 펼쳐진 숲. 참 건강한 환경이다.
무엇보다 저층아파트 세 동이 만든 중앙마당은 꽤나 매력적이다. 그곳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 이웃끼리 함께 하는 조촐한 잔치, 내려다보는 주민들. 이 정도만 생각해도 너무나 풍성한 공간이 될 것만 같다.
그러나 이제는 없다. 교류가 가능한_요즘 아파트들은 정자하나 지어놓고 끝내는_중앙 마당은 으스스한 아파트 풍경을 담아내는 최고의 포토 스팟일 뿐이다.
#2 복도식 아파트
이 빈 집이 택한 복도식 구조는 방범상, 소음상 기피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 곳처럼 복도가 중앙마당을 향해 있는 구조는 만나기 힘든 것 같다.(보통 아파트 동들이 일렬로 늘어 서 있으니까.)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여름이면 집집마다 문을 열고 수다를 떨었을 과거를 생각해본다. 오며 가며 중앙 마당을 내다 보는 주민들은 한 곳을 바라보며 서로의 삶을 공유했을 것이다. 아, 정말 이처럼 공동체 소통이 잘되는 환경이 있을까 싶다.
#3 재산권에 대해
71년에 입주한 스카이 아파트는 한 때 국가에서 짓는 시민아파트가 아니었다. 민간에서 지었고 주민들은 큰 꿈을 안고 입주했다. 그러나 몇해 전 붕괴직전이라는 안전 등급판정을 받고, 철거대상이 되어버렸다. 자연녹지구역이라 재개발한다는 사업자도 없고 구조물이 붕괴 직전이라 리모델링도 할 수 없다. 70년대 초반, 비슷한 시기에 입주한 압구정 현대아파트와 정말 비교되는 얘기다. 아직도 강남의 부를 떠 받치고 있는 그 아파트와 왜이렇게 다른가. 역시 아파트 살때는 입지와 브랜드를 고려해야 하나. 휴지조각 되어버린 주식도 아닌데 스카이아파트 주민들의 부동산 재산권은 어쩌라구.
#4 자본주의 사회에서
붕괴 위험이 없다고 가정하면, 세대 당 규모나 아파트 공간구조등을 보았을 때 작은 STUDIO나 작업실등으로 리모델링 할 수 있으면 어땠을까. 무너지지만 않는다면 가능성은 건축가들의 머릿속에 샘솟을 것이다. 그러나 빨리 빨리, 원가절감, 생산성 확보를 외치던 70년대 정신이 다른 고민을 할 수 없는 이런 폐기물 같은 빈 집을 낳아버렸다.
어차피 자본주의 사회 아래서 사는 이상 ‘집’에 대한 기대에 재산권은 따라다니게 되어있다. ‘집’이 초점이 된 이상, 경쟁용 현상설계에나 나오는 피상적인 표현은 접어두고 솔직하고 필요한 고민과 행동을 해야 하지 않나 싶다. ‘몇 년의 세월을 이 집이 서 있을지’ 라는 기본적인 고민부터 말이다.
#5 MOITER에게
예상되는 시나리오이지만, 남은 주민들은 곧 쫓겨 날것이고, 자연녹지구역이니 다른 시민아파트들처럼 공원으로 변할 것이다.
곧 붕괴 직전인 스카이 아파트야 어떤 건축적 논의도 가상의 시나리오로 끝나겠지만, 앞으로 이런 빈 집들은 점점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모두들 스카이 아파트처럼 꽤 괜찮은 잠재력을 갖고 있을 것이다.
이제 이런 빈 집에게서 가능성을 찾고 가치 있게 변화시킬 수 있는 건축가들이 필요한 세상이다.
철학과 교수님의 강의를 들었다. ‘춤추라, 아무도 보지 않은 것처럼’ 의 시를 예로 들어 ‘건축하라, 아무도 사지 않을 것처럼’ 이라는 말로 마무리 지었다. 건축을 할 때 평생 내 것이라 생각하고 고민하라는 말이다. 다시 40년 뒤, 이런 빈 집이 나오지 않길 바라며.
건축하자, 아무도 사지 않을 것처럼 !
written by 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