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OCT 16, 창덕궁
모잇은 짜여진 틀이 있지만, 틀 안에 무리하게 맞추려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모임 그 자체를 즐긴다. 이날은 만나자마자 밥을 먹었다. 안국역 부근 살짝 골목 깊은 곳이었는데, 한바탕 산악회 아저씨들의 막걸리를 맞으시고 지치신 아주머니들은 사실 우리에게 참 관심이 없으셨지만, 꿋꿋이 다소 늦은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10월 16일 토요일 모잇은 이렇게 시작했다.
안국역에서 창덕궁으로 가는 길 무한도전에서 찍었다던 “Point View"도 눈도장 찍어주시고 입구에서 부모님과 나들이 나온 ‘복’도 우연히 만나고, 창덕궁으로 가기까지 그날은 소소한 일들이 많았다. 심지어 입구가 어딘지 몰라 저 멀찍이 돌아가기도 했으니 훗. 늦은 오후 무렵 갔기 때문이었을까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창덕궁은 산자락을 따라 건물들이 골짜기에 안기도록 배치되어 있고, 한국궁궐 건축의 비정형적 조형미를 대표하고 있다. 세계유네스코로 지정되어 있기에 한동안 사라질 염려는 안해도 되지만 우리의 눈으로 직접 담고 기억해 볼 가치가 있는 우리의 전통공간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이 공간을 모잇과 함께 담을까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유치원 아가들을 동원해 볼까, 까페의 테이블은 대여할 수 있을까, 한참을 고민 하다가 국가의 중요한 행사를 맡아서 했던 인정전 앞으로 장소결정, 사실 고민한 시간과 반대로 사진을 찍을 때는 문을 닫아야 한다는 관리 아저씨의 독촉으로 삽시간에 진행되었다. 엄한 표정으로 ‘아 빨리 하세요’라고 독촉하다가 까메오 출연을 무척이나 즐기는 모이터들의 적극적인 섭외에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가셔서는 혹시 우리가 또 같이 찍자고 할 까봐 나중에 다시 재촉하러 오셨을 때는 저 뒤에 멀찍이 서서 발을 동동 구르기만 하셨었다. 사진에는 없지만 보이지 않는 까메오라고 해두자.
창덕궁에는 외국인이 많다. 각 나라를 갔을 때 궁궐을 둘러보는 코스는 여느나라 여느 국민에게 공통으로 해당되는 관광코스이겠지. 암. 그래서 이번 사진에는 외국인 청년들이 함께해 주었다. 현지인 모이터들의 ‘놀이’가 그들에게도 재미있게 느껴졌던 것 같다. 사진을 담고 돌아가는 길 누군가 말한다. “와- 외국인들이 있으니깐 사진이 가득 차 보여, 우리끼리만 있는 거는 뭔가 휑한데?” 그에 대한 한 모이터의 거침없는 답변 “왜그런지 알아? 그거 걔네가 남자들이어서 그래...ㅋㅋㅋ”
돈화문을 경쾌한 절름 뜀박질로 넘으며 창덕궁에서의 모잇을 마쳤다.
written by 승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