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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AUG 14, 황학동 만물시장








시장은 우리에게 있어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우리는 어린 시절에 엄마 손을 잡고 동네 재래시장에 장을 보러 가곤 했다
.
엄마를 따라 간 시장에서 식재료나 잡화 등을 사며 인간사의 따뜻한 인정을 느끼기도 했고, 재래시장 속에 숨은 분식집에서 싸고 맛있는 간식을 해결하기도 했다. 어린 아이의 눈에 비친 시장에 파는 다양한 물건들은 아이에게 있어서는 새로운 장난감 같은 흥미로운 느낌으로 다가오곤 했다. 지금은 이런 재래시장들이 대형마트의 편리함과 정돈된 이미지에 밀려 침체되고 있기도 하지만 시장에서의 경험을 어느 정도 누리고 자라온 우리들에게는 그래도 아직 흥미롭고 매력적인 장소로 남아있다.

 

황학동 만물시장은 청계천이 복원되기 이전 고가도로가 있을 시절, 벼룩시장, 골동품시장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지금은 옛 시장만큼의 활기를 찾아보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여전히 다양한 중고물품, 골동품 등을 찾아볼 수 있었다. 황학동 만물시장은 어린 시절 엄마 손을 잡고 시장을 둘러보며 평범한 물건들도 신기하게 바라볼 수 있었던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그곳에는 오래되고 생소하며 곧 사라질지도 모르는 다양한 물건들을 만나게 해주는 곳이었다.

 

이날 우리의 모잇은 여러가지 위기를 겪었다.

카메라 담당인 워의 불참으로 우리는 카메라 조달에 난항을 겪었다. 그리하여 출발한지 30분이 지난 승연-그녀가 그나마 가장 집에서 가까웠다-이 다시 집으로 돌아가 카메라를 가지고 나와야 했다. 더운 여름날 그녀는 카메라를 위해 힘썼다. 그러나 더욱 슬프게도 카메라는 배가 고픈 상태였고 결국 나가떨어졌다. 심지어 그런 우리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이 날씨 또한 매우 블루했다. 비가 오락가락했으며 어둡고 습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상황에 굴할 수 없었다
.


황학동 만물시장에는 우리의 구미를 자극하는 다양한 물건들을 팔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멋진 사진을 꼭 가지고 돌아가고 싶었다
.
애써 가지고 나온 카메라의 예상치 못한 방전이 있었으나 우리는 이 상황을 이용해서 여태까지와는 색다른 모잇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기존의 모잇 시장시리즈를 생각하며 수많은 시장들이 가진 보편성인 난잡한 간판이 나오는 평범한 모잇을 거부하기로 했다. 이 황학동 만물시장만의 차별성, 그리고 이 오늘의 일탈과도 같은 모잇의 차별성. 이것들을 통해 그날만의 모잇을 만들어냈다. ‘사진을 찍는다는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모잇 행위 그 자체를 다시 사진으로 기록해보자는 것이 새로운 의견이었다.

 

이번 모잇이 가지는 일탈을 몇가지로 함축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세로샷의 도입

2.     기존 모잇의 정해진 역할 및 소품의 탈피

3.     만물시장이 가지는 의미를 사진에 담기

 

그리하여 이번 사진이 탄생하게 되었다!

우리가 이 시장에서 발견한 의미가 있다면.

첫번째, 사라지고 있는 물건들을 파는 가게들을 담은 것. 비디오나 카세트플레이어 등의 다양한 중고물품들. 이는 사라지고 있는 장소에 대해 애정을 갖고 바라보는 우리들의 모잇 활동과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했다. 두번쨰, 황학동 만물시장과 그 뒤 고층주상복합건물인 롯데캐슬의 병치. 한 화면 안에 상반된 것을 담아 시간과 공간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다. 오래되고 난잡하며 낮게 깔린 시장 그리고 그 바로 옆에 지어진 새로우며 높이 치솟은 빌딩들, 우리는 이 두가지의 공존에 대해 생각해 볼 여지를 주고 싶었다.

 

written by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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