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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photo

2011 May 07, 아현동 행화탕





produced by 지현



재개발이 한창인 아현 뉴타운 지구를 찾았다.
공사판의 상징인 회색 펜스를 따라 내리막을 신나게 내려가던 중, 럭셔리 오피스텔 트라팰리스 그리고 혜성아파트 사이에 혼자서 기묘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단층건물을 보았다. 우연히 발견한 행화탕의 존재 앞에서 시시콜콜한 말들이 오고 갔다.
사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행화탕 왼편으로 한옥 지붕이 어울리지도 않는 높다란 담벼락 위로 빼꼼히 보였기 떄문에 이 지점에서 터져나왔던 우리들의 방언은 온갖 종류를 다 집어 넣은 짬뽕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탓일 것이다.

행화탕은 한마디로 "웃기는" 건물이다.
정면에서는 화려한 왕관이 옆모습은 공허하게 만드는 것처럼, 2층 건물처럼 보이는 정면 파사드(facade)는 사실 옆에서 보면 공간이 없는 판에 불과하다. 건축판 공갈빵이 아닐 수 없다. 추측하건대. 수년 전의 주택가에서는 별 문제 없었던 행화탕 위세가 고층건물 사이에서 질 수 없는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려고 지금의 엉뚱한 모습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닐까. 이유야 어찌됐건 행화탕의 본질은 공중 목욕탕으로써 주민들의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었으리. 지금은 이곳 주민도 찾지 않는 쓸모 없는 건물이겠지만, 20여년 아현동이 아닌 동네에서 줄곳 살아온 우리들에게는 이 곳 행화탕의 존재는 오지 탐험 보다 재미나는 놀이터가 되어주었다.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 하나 있다.
저리도 멋있게 솟은 굴뚝이 있는 목욕탕을 접해본 사람들이 앞으로 얼마나 될까.
굴뚝이 알려주고 있는 시간의 이질감. 배경이 주는 대조, 사람과 건물의 분위기가 주는 대비를 이 작업 속에서 느꼈다면,  
그 당시 현장에서 우리가 느꼈던 것의 2%도 부족함 없이 근접한 것일 것이다.

 
글  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