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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photo

2011 11 12, 예지동 시계골목




produced by 혜서



 혼자서 모잇을 할 수 있을까.

 시계골목은 처음 가보는 곳이라 어느 구멍으로 들어가야 하는지 세운상가 옆으로 빼꼼빼꼼 골목을 엿보며 걷다보니 시계골목이 어느새 펼쳐졌다. 시계수리의 장인들 사이로 커피를 배달하는 아주머니가 보이고, 시계 가격을 슬쩍 물어보는 아저씨, 망가졌는지 고쳐달라며 시계를 꺼내는 손님이 보인다. 토요일이라 건물 안에 입점한 시계방들은 문을 닫았지만 그 앞의 노점들은 장사를 하고 있었다. 죄다 문을 열면 번쩍번쩍 화려해질 골목이 상상이 간다.

 한 장인에게서 사진 찍어 줄 수 없다는 거부 의사를 듣고도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어 인상 좋아 보이는 장인께 부탁드렸더니 흔쾌히 오케이 하신다. 사장님과 그 친구분까지 합세하여 즐거운 모잇을 해냈다. 카메라를 설치하는 내내 내가 아저씨들을 궁금해 하는 것 보다도 오히려 아저씨들이 나를 더 궁금해 하신다. 졸업했는데 돈 안 벌고 이러고 있냐는 걱정부터 저기 건너편에 가면 좋은데 많다며 모잇 장소 추천까지. 모잇을 하면 늘 그렇듯 사진 한 장보다도 훨씬 더 많은 것을 받았다.  
 
 작년인가부터 재개발되어 없어질거란 이야기가 있던 이 골목은 아직 제자리다. 다음 우체부를 할 때까지 그리고 그 다음에 언젠가도 지나가다 들러 저 또 왔다고 그럴 수 있음 좋으련만. 나도 차고 다니지 않는 시계가 가득한 이 골목을 아쉬워하는건 향수에 불과할까. 


글 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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