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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photo

2011 OCT 15, 용산 홍등가




produced by 지현

 

유난히 비가 많이 오는 날이었다.

천둥번개와 함께 내리는 비는 토요일 오후의 스산함을 한껏 해 주는 듯했다. 이런 날에 모이터들은 

용산의 청소년진입금지지역이었던, 플래카드가 이미 뜯어지고 철거된 골목으로 들어섰다. 사회적으로

큰 이슈를 몰고 왔던 만큼의 큰 공간은 아니었다. 기껏 두 블록과 곁가지의 작은 골목 몇 개를 안고

있을 뿐이었다. 이미 건물들은 공사현장과 흡사할 정도로 쓰레기가 밖으로 나온 채 방치되어 있었고

실제로 공사중인 건물도 있었다. 아무도 없는 골목 끝의 한 장소에서만 한 언니가 쪼그려 앉아 세차게

내리는 비를 보며 담배를 물고 있었다.

여, 우리의 행위가 자칫 그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던 이들을 비난 혹은 비판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을까 염려도 되었다. 더군다나 이날은 여자 다섯 명이 색색 우산 하나씩 달고 있었고, 사회적 비판의

대상이 되던 사람들의 대다수가 여자들이었지 않는가. 여자와 여자의 관계는 아주 가끔 미묘한

무엇이 형성되기도 한다. 하지만, 모잇은 절대 비판 혹은 비난을 위한 기록이 아니다. 그저 우리는

사라지는 공간 속에 담  시대의 어떤 사회현상까지 기록으로 담고 싶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비록지구도시탐방 놀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모두가 헤헤낙낙 웃으며 하고 있지만 말이다. 좋은 모습도

좋지 않은 모습도 이 시대의 우리가 품지 않는다면 우리네의 정체성은 언젠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아무 색깔 없이 검정색만 칠해진 퍼즐조각이 싫다고 버리면, 하나의 완전한 그림을 완성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아, 나는 검정색이 참으로 멋진 색이라고 생각한다.)

 

 

글 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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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그늘진 곳을 찾아다니는 여정에는 가끔 무모함이 작용한다.
무모함이란, 따라 하기 힘든 행위이며, 중간에 포기하거나 막을 수도 없다.
내가 이곳을 찾은 모잇터들의 마음가짐을 무모함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이전에 다녔던 수많은 장소들과
정체성의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여느때와 동일하게 구석구석 들여다 보았다는 사실에 놀랐기
때문일 것이다. 
이 날은 비가 많이 내렸다. 높아 봤자 2~3층인 건물들이 한줄로 길게 자리 잡고 있었지만, 어느 하나 문
을 연 곳은 없었다. 잘 보이지 않는 샛길 사이에 있는 한 두곳 만이 아직 불이 켜져 있었다. 사실 이곳에서
어느 누구와 말을 섞는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우연한 대화는 한쪽에서 짐을 정리하던 사람이 경계하듯이
'왜 이곳을 돌아다니냐'는 말 정도에 대꾸하는 식으로 끝이난다. 그만큼 달가운 장소가 아니며, 달가운
방문객도 아닌 것이다. 하지만 사진의 양쪽으로 보이는 자동차에서 알수있듯이 이 텅빈 골목은 택시나
주차할 곳이 없는 사람들에게 이미 고마운 장소가 되어 있었다. 마치 스위치의 on/off 처럼 금기와 허용은 사람
들의 머릿속에서 불이 꺼졌다 켜지는 것처럼 간단해 보였다.
이곳을 다시 찾을 날이 있을까. 아마 그때쯤은 과거의 모습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혹시라도
몇 년 혹은 몇 십년 후에 이 사진을 보고 2011년 10월 15일 비내리던 토요일 날의 복잡한 기억을 회상 할 수 있지 않을까...

글 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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