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T-photo

2011 OCT 08, 중계동 백사마을



produced by 혜서

이곳을 다시 찾아 온지 6년이 되었다.
그 당시에도 동네를 돌아 보기가 고될 정도로 경사가 심했었다. 그래도 골목 구석구석을 다니며, 돌 틈사이로
피어오르는 꽃과 나무줄기가 신기해 사진을 찍고, 조용히 수다를 떨며 낯선 장소의 정취를 실감했던 곳이었
다. 하지만 이 날 모잇의 답사는 6년 전과는 대조적으로 시끌벅적 하였다. 함께한 모잇터들도 사실 조용한 편
은 아니지만, 백사마을의 수다 퍼레이드도 무시 못할정도의 깔깔스러움이 있었다.
우연히 접어든 골목에서 놀라울 정도의 완성도를 자랑하는 원두막을 발견하고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합석을
하였다. 누군가의 재치가 이곳저곳에 묻어있는 이곳엔 낯선이에게 푸짐한 과일상을 내줄 정도의 정감이 가득
한 장소였다. 모잇터에게 제일 인기있었던 것은 경사에 최적화 되도록 손을 본 커스텀메이드 의자들이었다.
의자를 보고 '기술이 대단하시네요'라고 하자 '그럼~기술자 양반이 살았었지, 지금은 이사가고 잘 안와~' 라고
하신다.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묻자 핑크색 옷을 입은 할머니께서는 '찍어~ 근디 내 얼굴은 빼고 찍어~창피혀'
라며 남이 자기 사는모습 보는게 창피하다는 말을 덧붙이셨다.
꺼리낌없이 우리처럼 해맑고 어린 사진쟁이들을 솜씨있게 다루시는 모습을 보고,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처럼 낯선 사람들을 옆에 두고서도 여느 날과 다를 바 없이 하루하루 사는 이야기
하시는 할머니들의 소탈한 모습이 자꾸 생각난다. 사실 몇년 후에는 할머니들 뿐만 아니라 이 오두막이 그리
워 질 지도 모르겠다. 할머니들도 투박하지만 정겨운 오두막이 있었던 마을이 다른 모습으로 바뀔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계신다. 세월따라 모습은 바뀌기 쉽다. 그러나 소중한 추억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항상 무언가가 사라져버리고야 그 가치를 깨닫는 오류를 또 한번 저지르기 전에 백사마을의 정거운 오두막에
서 동네 사람들과 의미있는 한 때를 보낼 수 있었다는 사실이 정말 다행이었다. 이 사진을 들고 백사마을을
세번째 찾을 날을 기다려본다.

글 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