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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photo

2011 Jun 25, 서대문구 교남동 재개발 구역





produced by 지현


장마가 한창 서울을 점령 했을때다. 
사실 눅눅한 느낌으로 재개발 지역을 가는 기분은 그리 유쾌하지는 않다.
게다가 이런 장소는 그 범위가 넓기 때문에 특정 장소를 찍고 가기 보단 그 동네를 배회하는 경우가 많았다.
익숙한 빨간 벽돌 담길, 시멘트 벽, 랜덤한 소품들로 구성된 주차금지 표시들 그리고 집안의 나무숲이 바깥
으로 뻗어나온 광경은 어느 동네 이건 주택가에선 비슷한 구성이다. 
 

하지만 꼭 한가지씩은 특별한 존재감이 있는 장소가 있다. 이전에 아현동에서 행화탕이 그러했 듯이 이번엔
교남동의 바로 이 장소이다. 눈에 띄는 것은 넝쿨 벽에 걸린 타이어와 골목을 가득 매운 인테리어 소품들이
었고, 이곳을 더 드라마틱하게 만든 건 윗동네로 이어지는 하늘 계단이다. 거뜬히 건물의 3층 높이는 넘어
보인다. 


쓰레기 더미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제외하면 이 곳은 가장 고요한 장소이다. 집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마치
우리를 보고 수근대는 것처럼 늘 도둑이 제발 저린다. 인적이 드문 주택가를 갈때 마다 모잇의 퍼포먼스는
판토마임이 되곤 한다. 소리없이 시끄럽고 부산하지만 짜여진 각본대로 움직이는 모습이 이제는 능수능란하기
까지하다. 홀로 돌아가는 카메라 앞에서 모이터들은 언제나 주인공이 된다.     

장소의 기억은 언제나 개인적인 경험과 연결되곤 한다. 낯선 여행지에서 즐겨 들었던 음악을나중에 다시들었을
때 당시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렇듯, 모잇의 행위를 통해 얻은 기억은 지속력이 있다.
 
뉴타운 붐의 한복판에 서있는 교남동의 미래가 어떻게 바뀔지는 잘 모르겠지만, 모잇이 느꼈던 장소의 기억과
정취는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글 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