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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Sep 10, 이촌동 중산시범아파트





                                                                                                                                                produced by 지현


'나는 허름한 곳이 왜이렇게 좋지' 어느 모잇터가 중산아파트를 보고 처음 뱉은 말이다.
물론 모든 허름한 건물이 다 좋다는 말이 아니었으리라 판단된다. 이곳은 그만큼 러프한 매력이 있다.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수십동의 아파트 군단이 눈 앞에 펼쳐진다.
언뜻 보기에도 이곳은 재개발을 추진하는 서울 시와의 갈등이 깊어 보였다. 건물의 옆면에 그려진 규탄 메시지가 디자인 서울 뺨치는 솜씨로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꽤나 튼튼하게 지어진 덕분인지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듯 보였다. 끈질긴 생존권 싸움이 될거라는 추측만 할 뿐 그 속 사정은 아무도 모른다.

무지로 일관한 모이터들은 이곳을 어슬렁 어슬렁 돌아다니기를 반복한다. 촬영 장소를 찾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나는 분양 당시의 처음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리는 짓을 한다. 벗겨진 페인트를 다시 칠하고 망가진 문과 창들도 새것으로 바꿔본다. 과거로 완전히 돌아가기 위해 차종도 없어진 모델로 교체하였으며, 이곳의 살던 사람들의 옷차림과 머리 스타일도 바꿔 이곳 저곳에 놓아본다. 재미있다. 현재에서 잠깐 빠져나가 과거를 보고 오는 쾌감.

함께 거닐던 모잇터들의 경험은 모두 제각각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장소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다를 것이라는 사실은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볼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말과 같다. 어떤 이는 건축에 대한 문외한이라도 자유로운 생각을 표현한다. 반면 어떤 이는 장소의 느낌을 말하는 것이 애매하다고도 한다. 느껴지는 것이 없는게 아니라 자신의 느낌이란게 역사적 사실과 동떨어진 것일 수도 있고 무지의 산물이 돼버릴 불안감 때문이라고 이해된다.
모잇의 의도가 기존의 시각에 연연하지 않는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면, 좀 더 자유 분방한 제안과 글들이 나 올 수 있으리라 본다. 모잇은 어떤 방식으로든, 사람들의 잊혀진 기억을 끄집어내는 푸싱알림 서비스 역할이 되기를 희망한다.

글 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