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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Sep 03, 신촌기차역

 



                                                                                                                                                         produced by 지현



그야말로 사면초가(四面楚歌), 아니 사면상가(四面商歌)

일요일 오후,
신촌과 이대입구 2호선 전철역 사이, 新신촌역사와 쇼핑몰 그리고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탑재한 거대한
건물의 옆구리에 마치 마징가제트 발치에 선 깡통로봇처럼 아담한 자태로 서있는 舊신촌역사에 모잇터가 모였다. 
촬영에 앞서 역사 안으로 들어가 보려고 시도했으나, 떡하니 앞을 가로막고 있는 주차장진입로가 이미 설명해 
주듯이 나무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내심 포기하고 창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 보니 영화촬영세트 같은 느낌의
대합실에는 그럴듯 한 열차 시간표까지 붙어 있다. 그런데 어쩐지 너무 새것 같은 느낌이다. 사실은 원래의 
위치에서 어정쩡한 현재의 위치로 옮겨 복원된 것이란다.역사를 보호한다기보다는 주차장진입로를 확보 하려는듯
놓여진 울타리를 바라보며 등록문화재로 지정해 놓은게 무색할 정도로 옹색한 구 신촌역사에게 안부를 묻고 싶어졌다.
"잘 지내고 계신거죠?"

신 역사 앞 광장은 서대문구의 '슈퍼스타 S'를 찾는 사람과 '슈퍼스타 S'가 되고 싶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대 앞 번화가에는 휴일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모잇터들은 촬영소품을 찾느라 주차장진입로에 어떻게든
알박기를 하느라 비지땀을 흘렸다. 주차장 관리인은 주차장진입로를 사수하느라 분주했고 몇몇 행인들은 무슨
일인가 궁금해 했다. 마치 이런 대조적인 상황과 열악한 환경의 묘한 조화가 신촌역사를 더 극대화시켜주는
듯한 기분도 들 정도였다. 한 장의 사진에 오롯이 담길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어떤 느낌을 담고 싶고 
어떤 시간을 느끼고 싶은걸까? 사진에 담을 수 없었던 광장의 노랫소리와 주차관리인의 아우성은 100년 가까이
기차가 서고 떠나는 온갖 이야기들과 신촌역에 더해지는 또 하나의 에피소드로 남겠지. 그래도 이젠 기차조차 
서지 않는 그 곳에, 새로 얹은 푸르른 기와지붕의 노란 건물이 있어 우리가 모일 수 있었던게 아닌가. 
한직으로 밀려난 초로의 아버지는 굽은 어깨를 애써 펴보이며 웃는다. 나도 웃는다.


볕은 뜨겁고 바람은 더 뜨겁다.
그러나 나는 여기 있다.
 
글 이석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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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 안에 갇힌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


구 신촌기차역 옆에는 대형쇼핑몰이 있다. 그리고 야외 무대가 있다.
요즘 새로 지어진 역사가 멀티플렉스 형식을 띄는 것처럼 신촌역 또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섞인 복합시설물이다.
대학가 주변의 사람 많은 번화가로써는 아주 적합한 건물이 되겠다. 이날도 어김없이 행사로 주변이 시끌벅적 하였다.

반면, 구 신촌역 바로 앞은 사람없이 한적하다. 그 이유는 주차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낮은 철제 펜스가 있다.
사람들이 서있는 저 길은 사실 자동차가 지나 다니는 길목이었기 때문에 양해를 구하기도 전에 욕을 먹은건 아마도 당연한 일이겠다. 화풀이를 펜스한테 해본다. 건물 앞에 그냥 잔디만 깔려 있어도 조금은 당당해 보였을 것인데, 지금은 주변 분위기에 눌려 외소해 보이는 것이 아쉽다.

구 역사는 서울역보다도 먼저 지어진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역시나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그 모습이 복원 되었다. 하지만, 지금의 위치가 원래 있었던 장소는 아니다.
원래의 위치는 대형 쇼핑몰의 오른편이 아닌 왼편에 있었고 복원 할 당시 현재의 위치로 옮겨온 것이다.
현재 두 건물의 대조적인 모습 속에서 버무려진 이러한 뒷 이야기가 흥미롭게 느껴진다.

모잇의 퍼포먼스는 언제나 배경과의 대비를 극대화 시키는 방식이다. 하나의 사진 속에서 행위하는 사람도 배경도 모두 부곽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의자나 테이블 그리고 기타등등의 물건은 주변에서 공수해온 것들도 실내처럼 세팅을 한다. 저런 소품들이 사진 한장으로는 담지 못하는 주변상황을 알려주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모잇을 하면서 순간적인 행위속에서 느끼지 못하는 의미를 사진이 잡아낼 수 있다는 사실이 고무적일 때가 많다. 단 몇 분만의 바쁜 촬영이 이번 참여자들에게 어떤 느낌을 주었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이곳에서 함께 공감한 에피소드 하나를 건졌다는 사실로 위로하고 싶다.

글 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