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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photo

2011 08 06, 화랑대 고향역

produced by 지현




서울은 화려한 도시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곰곰히 살펴보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서울도 결국 사람들이 왁자지껄하게 살아가는 곳이므로 이빨에 낀 고춧가루를 훤히 드러내며 웃는 어느 할아버지의 주름같이 무언가 구수한 맛이 나는 낡고 허름한 공간들이 있기 마련이다. 아, 낡고 허름하다고 해서 아름답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미의 기준은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는 법이다.

모잇을 하면서 느낄 수 있는 짜릿한 희열 중에 하나가 바로 이러한 공간을 발견했을 때인데, 그런 공간에 두 발을 딛고 서 있으면 묘한 이질감을 느낀다. 나는 분명 서울에 있는데, 이곳은 도대체 어디인가. 서울이란 곳은 얼마만큼 다양한 공간을 곳곳에 숨겨두고 있는 것인가 하는 탄식과 함께 고향역은 정말 고향역이었다. 코스모스 우거진 들판 사이로 기찻길이 드러나 있고, 머리에 보자기를 얹은 우리네 엄마의 엄마들이 '아구구 우리 강아지 왔구나'하며 웃음 지으며 달려 올 것만 같은 그런 곳. 우리 마음 한켠 깊숙히 숨어있는 아늑한 고향같은 곳.

순간 잊고 있었던 '꼬꼬댁 꽃'이 생각났다. 어릴 때 아빠가 알려주었던, 곱게 물든 꼬꼬댁 꽃 한 잎 떼어내어 코에 붙이고 한참을 아빠와 깔깔대며 웃었던 추억이 서린. 한동안 잊고 있었던 추억 만큼이나 고향역은 그곳에 있는 내내 감히 말로 담을 수 없는 아련한 고향을 가져다 주었다. 희미한 그 순간을 끄집어 내어 이 날 우리도 '꼬꼬댁 잎' 한 잎을 가지고 한참을 웃었더랬다.


글 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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